점심에 먹은 피자가 웃겠다.
얇은 도우로 시켰다지만 정량 초과
배고픈 토요일 점심에 소고기를 먹어도
저녁엔 밥을 손도 대지 못하는 내가
하필 그 순간 채널을 넘기다
한 남자를 보았다.
하얀 밥 위에 빨간 김치를 얹어
긴 젓가락 절반이 입에 들어가는 사람
김치를 집는 동안 눈이 고정되고
긴 젓가락을 입에 넣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다
김치가 조금 작을라치면
고래를 갸우뚱함과 동시에
손가락으로 길다란 김치를 들고
반 밖에 접지 아니한 채
또 입으로 쑥
얼굴에 땀이 죽죽 흘러도
손등으로 쓰윽 닦을만도 하건만
오로지 먹는데 온갖 멋을 부린 사람
전화를 들었다.
주문하고 나니
부른 배와 상반되게
입에서 김치를 부른다.
나도 역시 광고에 넋이 나가 버렸다.
김치냉장고에서 살짝 언 김치를 꺼내
손가락까지 깨끗이 씻은 조카라 둘러 앉아 먹어도
김치가 배달될 수요일이 기대된다.
달력에 동글맹이 쳐야 되겠다.
내가 미쳤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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