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의지와 관계없이 내 주위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행복이란 꼬리표를 달았다.
일찍 일어나도 달은 없었다.
하늘엔 구름이 잔뜩, 주차장엔 물기가 으--- drizzling
가방에 들어가지 않는 우산을 집어들고 17호에 모였다.
다 같이 내려가 터덜터덜 걷는 길에 빠꾸미 까만 머리의 버섯이 보이네. 내일이 그 날이다.
내일이면 아주 좋은 모습이 되겠거니 했는데 또 보이네. 출발이 심상치 않았다.
주차장에는 멋진 삼잎해당(추정, 사과보다는 수피가 붉다.), 그 위에 앉은 새들, 별책부록으로 밀려난 멋진 무스카리, 작은 로또가 터졌다.
버클리 학원은 장관이었다. 구경만 해도 기분이 유쾌해지는 곳이다. 캠퍼스 주차장은 바로 로렌스 홀 앞, 하늘을 배경으로 고래가 물을 뿜는 설정의 설치물, DNA 모형을 보여주는 조형물은 아름다웠다. 과학은 세상에 대해 경이로운 시선을 선물한다.
돌아본 것에 매료되었다. 특히 내가 칠레 로즈(원산지와 털빛) 타란튤라(거미이름)를 만져본 것은 놀라운 일이다. 장소가 달라져서 그런 것인지 내가 놀랄 정도로 용기가 났다. 감히 그것을 만져보고, 내 손에 얹어도 보았다. 분위기를 탄 것 만은 아니고, 내가 언제 여기 또 와서 이런 기회를 또 가져보겠는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거미의 다리가 닿는 부분이 따끔거리는 듯한 착각을 잠시 하였다. 다음으로 만져본 것은 게코, 이건 아주 특별한 느낌이었다. 내가 가장 싫어하는 동물이 파충류인 관계로 도감을 볼 때에도 파충류 페이지는 풀칠을 해버리는 사람인데 게코를 직접 만져봤다. 그런데 의외로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고, 파충류를 아끼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려고 노력해볼 필요를 느꼈다. 점심은 얇게 썬 스테이크를 rue들인 밥, 샐러드와 함께 아주 맛나게 먹었다. 나는 이렇게 풀풀 날리는 밥이 좋다. 내게는 이것이 더 적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fisherman's wharf는 기대하지 않았던 장소다. 나중에 우리끼리 다녀보려고 했었는데 레인박사가 제안해주었다. 버클리를 지나 Pier 1에서 돌아다니다 커피향에 멈춰 섰다. 장소는 서점 앞, 책을 안중에도 없었고, 화창한 하늘을 거부할 모자를 찾았으나 실패했다. 다시 내부로 들어가 물건을 구경하다가 커피전문점에서 한 잔 했다. 시간에 쫓겨 커피를 들고 뛰었으며, 남들이 기다리게 하는 불편을 저질렀다. 대단히 미안했다. 다시는 늦지 않으리라 마음 먹었다.
Exprorium에서 주어진 짧은 한 시간, 효율적인 체험을 위해 어제 레인박사가 보여준 돔을 찾아 나섰으나, 예약을 해야만 볼 수 있단다. 그런데 이상하게 쉽게 포기가 되었다. 신기한 것이 즐비하리라는 나의 상상이 좌절도 덤덤하게 넘길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리의 늦은 도착에 많이 마음 아파하신 노교수님, 계속적으로 마음이 좋지 않을 일이 생겼다. 대단히 고맙고 미안하기도 하였다. 한국에 돌아가서 메일을 했으면 좋겠다. 두고 생각해보아도 고마울 것 같다.
전시체험관은 크게 놀라울 시설이 없었다. 그러나 배울 점은 책임지고 고치고 있으니, 마음 내키는 대로 즐기라는 것처럼 안내판과 체험기구만 늘어서 있었다는 점이다. 합리적이다. 기계 고장 염려하여 많은 인원을 동원하느니, 기계를 수시로 손보는 것이 낫다. 체험하는 사람들이 스스로 읽고 눈치껏 배우는 것이다. 그야말로 체험자의 몫이다. 멋지게 보였다.
미군이 주둔하던 Precios라는 장소를 더 갔었다. 30분 동안 대충의 윤곽만 맛볼 수 있었지만 실제로 나는 노교수님의 애정과 관심을 느낄 수 있었다. 우리보다 연배가 위면 위지 아래는 아닐 터인데 하나라도 더 보여주시려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이시는 모습은 존경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들이 교사라는 점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시려고 애쓰고 계셨다. 존경스럽다. 나도 그런 모습으로 인생을 즐기고 싶다.
귀가, 어두운 회의가 지속될 줄 알았는데 허선생님이 포도주를 내주셨다. 함께한 사람들의 마음에 빗장이 풀리고, 조금 더 편안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복숭아 껍질을 벗겨 내게 주시는 분도 계셨고, 나는 많은 보살핌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따뜻하다.
센티페드를 넘어 밀리페드란다.
떨어지지 않으려고 악착 같이 붙어있는 폼이 꼭 세 살배기가 할머니 등에서 버티는 꼴 같다.
나와 헤어지고 조금 있다가 똥을 쌌다.
냄새, 구리다.
바퀴벌레란 놈이다.
맨 인 블랙에 나온 고놈의 형상을 하였다.
등 쪽에서 바라보면 등딱지가 꼭 머리와 닮았다.
나름 자신을 지키려고 애쓰고 태어났다.
그러나 징글 징글
타란튤라
TV에서 여러차례 보았으나 독이 약하단다.
벌 쏘인 정도라고 한다.
이건 제법 귀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