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아버지의 그늘

뜬 눈 2011. 8. 25. 13:30

칠순을 바라보는 시아버지

자식 걱정에 아직도 일을 놓지 못하고

아지랑이 올라오는 한여름날 쪽문 사이로 다림질하는 모습 보이고

뭉클하고 시큰한 상상이다.

 

딸자식 몰고 온 사위는 돈 해주니 연락없고

살림 차려준 아들은 나가서도 돈 타가고

잘 지내는가 맘 놓을라치면 찾는 이 또 생기고

전세 계약서 손에 쥐고 엉뚱한 맘 먹는다고

그것 내놓지 않는 이유 이제야 짐작가고

아버님, 한 숨이

부산에서 서울에 닿는다.

 

에고,

정리하고 오시라 해야겠다.

 

아버지를 그늘 삼아 그럭저럭 잘 자랐고

아버지 그늘 넓어 어려울 때 도움 받았으면

그늘도 쉬고 싶은 날

찜통 달린 다리미나 내려놓게 하지

 

아버지 그늘 없어져도 스스로 클 힘 없는 형제들

그저 바라만 보는 신랑 속도 타겠지만

내 속도 편치 못하네.

 

에라이,

내 어짜피 시댁 덕보려고 결혼한 것 아니니

다 접고 오시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