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열 살, 남자들의 우정

뜬 눈 2009. 4. 22. 08:57

열살박이 남자들의 우정은 풍선껌이다.

부풀기도 전에 터지기 쉽고

조금 부풀어도 이내 터지고

크게 불어봤자 한계가 뻔하다.

 

달리기 하자고 손잡고 나간 녀석이

복도에서 뛰다가 혼나서 들어와

상대가 먼저 했노라 이르기 바쁘다.

 

달리기 한 결과

그 역시 공정하지 못하다고

지들끼리 운동장에서 했던 일을

시시비비 해 달란다.

 

국어 시간에 배운 설득의 말과

도덕 시간에 배운 화해의 기술

사회 시간에 배운 분쟁의 조정

 

이 아이들의 머리 속에는

한 글자도 남아있지 않고

나의 이 십 년 수업 노하우도

통하지 않는 아이들

당췌 상대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고

제 말을 10분이상 목청껏 떠들어대는 걸

차분히 들으려니

가슴 속이 활화산이다.

 

아침 부터 폭탄을 한 방 맞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