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1

봄날, 나를 더 느끼기

뜬 눈 2009. 3. 23. 17:46

사연이 없는 한

집에 없던 나

 

결혼 전 신랑을 처음 본 울 아버지,

"자네, 얘는 바깥쪽으로 무척 바쁜 애네.

자네 하는 일을 들으니 정적인 사람일 것 같은데

얘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있겠나?"

밖으로 내도는 딸을 맡게될 사위 걱정할 정도

 

다리가 부러져 깁스하고 목발한 채

차를 몰고 산으로 가 군 참호에 바퀴가 빠져도

다음 날 못찍어온 사진에 안타까움만 느낄 뿐

레카 아저씨의 한숨은 그저 유머 한 편으로 여겼던 정도

 

방학에도 사나흘 집에서 있었을까

엉덩이에 종기가 나거나

똥꼬에 불이라도 붙은 양

바쁜 척은 혼자서도 국가대표 할 정도

 

20년 교직생활에 갑자기 맞닥뜨린 병가

1주일 냈던 것이 수술 부작용으로 2주일이 되었다.

한심한 아침에서 더 한심한 밤을 맞으며

쓰지 말라는 팔을 들어 급기야

홈피에 와 보고

내일 또 병원 갈 두려움을 잊고자

말리는 컴질도 해본다.

 

나를 더 잘 느끼고

작은 아픔에도 병원물 좀 먹이면

무럭무럭 자라나는 중병되지 않을 것을

무릅치고 후회하면서

다시 생각한다.

 

내 나이 이제 고작 마흔 셋

나를 더 느낄 것

나를 더 아낄 것

나를 더 사랑할 것

 

내 신랑 알레르기 재채기에 신경 곤두세우고

TV 참고하여 장바구니 챙기듯

나를 위해 장을 보기도 할 것

그리고 내 몸을 더 느낄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