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저녁답에 오너라.

뜬 눈 2009. 7. 7. 09:51

 

나 멕일 미역국 끓이는데 말도 많다.

"고기가 덜 좋아. 돌려놓고 와!"

"거기 고기가 좋으니, 거기 갔다 와!"

"미역은 끊는 게 아니니 이로 살살 잘라먹어라."

 

나 먹을 미역국 먹는데 입도 많다.

"엄마, 저도 미역국 주세요."

"엄마, 한 그릇 더 주세요."

"이모, 저는 많이 주세요."

"이 녀석들 이거 이모 멕일거라니깐."

 

마련하고 장만하는데 애쓰고 공들인 회무침보다

한 여름 느닷없는 미역국이 성황이다.

 

"내일은 만두 할거니까 번잡하니 넌 이 미역국 먹고 저녁답에 온나."

 

많지 않은 미역국이

나의 도시락이 되었다.